길 이후.. 길
손예지 (darkpikapika@naver.com)
먼 옛날 우리별은 물에 잠식 당해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지가 출현했다. 그리고 그 견고한 땅을 재차 두드리고 짓이겨 무성한 식물을 망가뜨리고 동물이 지나다니기 편한 형태로 길을 만들었다. 또한 급격한 산업화에 따라 거대한 차도를 건설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길을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곤 한다.
한편 길은 필요에 따라 없어지고 수명을 다한다. 인간의 선택과 산업화에 따라 길이 이용이 줄고 다른 편리한 길이 생기면서 기존의 길은 사라지고 만다. 길의 형태만 남고 동작이 부재하며 다른 길과 연결되지 않고 잘려나간다. 발길의 가교역할로써의 존재의 의미가 사라지고 말았다. 이윽고 존재의 이유가 사라진 폐도는 형체만 남은 채 지도에서도 사라져 감춰진 신세가 되고 만다. 생활 속 에서 숨어 자취만 남아있게 된 것이다. 이렇듯 나는 목적 없이 떠돌며 흔적만 남은 흔적조차 남지 않은 모호한 영역인 길 이후의 길을 관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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