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불안 separation anxiety
모든 현상들은 본디 전체에서 분리되어있다.
새는 본디 하늘과 분리되어있고, 꽃은 본디 땅과 분리되어있다.
세상은 파편이다. 모든 현상들은 전체에서 분리되어있다.
나는 일상 속에 있다. 아니 일상 속에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여기서 의문에 휩싸인다. 일상이란 무엇인가?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으면, 또는 어떤 사건이 발생했더라도 그 사건을 내가 인지하지 못했다면 평범한 일상인가?
이 세상의 현상들은 수많은 사건들 속에 존재하고 있다.
새가 하늘이라는 공간 안에 존재하고 있으면 일상이다.
꽃이 땅이라는 공간 위에 존재하고 있으면 일상이다.
하지만 엄밀히 그것들은 분리되어있다.
새가 하늘에 존재하고 있다고 믿고, 내가 본 순간 일상이 된다.
꽃이 땅위에 존재하고 있다고 믿고, 내가 본 순간 그것 또한 일상이 된다.
이 모든 독특한 사건들이 나의 의식 안에서 하나로 통합되면서 그냥 그렇게 하늘에서 날고 있는 새의 일상, 동시에 그것들을 평범함으로 감각하는 하나의 일상이 된다. 통합은 특히 사건을 일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 과정에서 진실과 거짓, 있음과 없음 사이의 어느 것도 아닌 틈이 발생한다. 그 틈은 혼돈이고 불안이다.
나는 일상에서 본 사건들을 이 작업 위에서 통합한다. 나의 의식 안에서 전체가 된 개별의 사건들처럼, 각기 다른 좌표와 시간을 하나로 통합한다. 그럼으로써 그것들은 나의 그냥 그런 일상이 된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들은 나의 그냥 그런 일상에서 벗어나 다시 분리되려한다. 그리고 나의 의식은 현상의 본질과 나의 의식사이에서 불안에 빠진다. 그것들은 원래 각기 다른 하나여야만 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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